스토리북
숨어있는 폭탄, 사이퍼
이 10년 간 많은 이변이 있었다. 산이 무너지고 지하도시가 솟아올랐으며, 아라드의 중심이었던 헨돈마이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셀 수 없는 사상자가 생겼고, 난폭해진 몬스터로 인한 피해는 늘고 있다. 종말이 왔다고 떠드는 점쟁이의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시대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세상을 사는 우리가 생존의 의지를 꺾지 않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후손 앞에서 떳떳하게 열심히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사이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들을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법사와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토록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의 사이퍼가 지역사회에서 은폐되기 때문이기도하고, 그들이 놀랍도록 영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그렇다면 사이퍼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다다를것이다. 이 다음부터는 아주 중요한 내용이니 부디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읽어주길 바란다.
사이퍼는 간단히 말하여 일종의 마법사다. 그들은 일반인이 사용할 수 없는 힘을 다루며, 그 때문에 실제로 마법사로 오인을 받곤 한다.
그러나 신분과 인격이 증명 받은 소수의 재능 있는 지원자가 고된 과정을 거친 후에야 마법사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사이퍼의 강력한 힘은 태어나면서부터 발현된다.
이것이 가장 큰 특이점이자 위험한 이유이다. 관리는 커녕 연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않은 상황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나는 사이퍼는, 강력한 힘을 가졌으나 힘을 제어 할 말한 올바른 가치관이 성립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 수 있겠는가? 생각해보라. 마법사는 긴 훈련을 통하여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마법의 위험 또한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리고 오랜 역사 속에서 정해져 온 규율을 익히도록 교육받으며 이를 어기고 선량한 시민에 피해를 끼쳤을 경우 마법길드에 보고되어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다.
한마디로, 가지기 어려울 뿐더러 나름의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힘이다.
그러나 사이퍼는 그렇지 않다. 태어나면서 부터 갖는 능력의 범위와 한계는 본인밖에 모른다. 더구나 사이퍼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재능을 악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이를 판단할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말은 갖가지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아라드에서 그들에 의한 피해가 일어나도 추궁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사이퍼가 자신들의 '익명성'을 악용한 사례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나는 과거 기록 중에서 사이퍼의 돌발행동이라 추정되는 사례를 몇 가지 찾아내었으며, 이들에 의한 피해는 내가 찾은 것의 배 이상으로 많을 것이라 추측한다.
하지만 소름끼치는 사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이퍼들은 대체로 숨어살기 때문에 그들의 수와 행동이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더구나 마법으로 감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작정하고 숨은 그들을 찾기란 굉장히 힘들다.
나의 옆집에 사는 이웃이 사이퍼일지도 모른다니, 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더구나 그들이 하늘의 저주를 받아 가지게된 힘은 소유자의 인성을 파괴한다. 이는 여러사례를 통해 입증된 결론으로, 그들이 일으킨 사고는 여지없이 대규모 희생을 불러들였다.
혹시 주변에 어두운 얼굴을 하고 눈을 희번득거리며 희생양이 될 무고한 시민을 찾아 다니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가?
혹시 그의 주변에 불행이 연달아 일어나고, 일반인의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무고한 희생이 계속되지는 않은가?
의심하고 의심하라. 정황 증거가 확인된다면 즉시 관청으로 달려가라. 지역사회는 사이퍼가 숨어있지는 않은지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경계하라.
이들의 발생 원인을 찾아서 제거할 때까지 우리 모두는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