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북
테이베르스의 빛
금색의 별 테이베르스는 찬란한 빛깔로 가득 찬 곳이었다.
오색의 보석이 흔한 돌처럼 수북이 뿌려져 있고, 커다란 바위를 품은 나무가 태양의 궤적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곳이었다.
사계절이 존재하지 않았고 낮과 밤은 항상 함께였다. 누구든지 피곤하면 하늘을 떠다니는 나무 아래에 날개를 다듬으며 눈을 붙였고, 배가 고프면 잘 익은 과실을 따서 먹었다.
조용히 넘실거리는 투명한 금색 바다에서 어린아이들은 아직 채 여물지 않은 날개를 파닥이며 물장난을 쳤고, 청년들은 커다란 나무를 차지하기 위해 거센 바람을 헤치며 목숨을 건 경주를 했다. 하지만 아무도 '가장 높은 자'를 이길 수 없었다.
그는 위대한 자였다. 모든 것을 얼리는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솟아올라, 하늘에 박힌 별의 노래를 들으며 잠을 잤다. 그를 따라가려다 쓰러진 자 셀 수 없으며, 그의 날카로운 깃털에 눈을 다쳐 떨어진 자 역시 셀 수 없었다.
가장 먼 곳을 보았으며, 별빛 너머의 미래를 볼 줄 알았다. 그는 빛의 샘물을 마신 자였다. 금빛 찬란한 세상에서 그는 온전히 홀로 빛나는 자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바다로 내려온 태양이라 불렀다. 누구나 그의 노래와 아름다운 날개를 사랑하였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세계에 보라색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물의 맛을 씁쓸하여 모든 나무의 과실을 시고 떫게 만들었다. 황금의 바다는 사납게 몰아쳤고, 노란 들판에 금이 가더니 급기야 갈라지고 무너졌다.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푸른불의 어머니 루프송이 그를 불렀다. 이변을 조사해 달라는 부탁에 그는 다시 날개를 퍼덕여 단번에 붉은 하늘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별빛 사이에서 불길하게 흔들리는 어떤 조각을 발견하였다.
기괴한 조각은 그의 고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조각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성이라 생각하여 파괴할 생각이었지만, 가까워질수록 저 어둡고 더러운 조각 속에 강력한 의지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번에 돌진하려던 그는 문득 생각을 바꾸어 고향으로 돌아와 루프송에게 말했다.
"저 검은 조각에 위험이 있으니 제거하고 곧 돌아오겠다. 내가 곧 돌아오지 못하면 모두 피하라."
루프송은 함께 피하자면 만류하였으나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걱정을 떨치고 날아 올랐다. 모두가 그를 전송하며 슬피 울었다.
하루가 지났다.
이틀이 지났다.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났다.
닷새가 되었을 때 루프송은 날개를 펼쳤다.
"아이들아, 날아올라라. 누구보다 높이 날며, 누구보다 멀리 보며, 누구보다 강력한 이시스-프레이를 도우러 가자."
하지만 그가 있는 곳은 너무 멀었다. 고된 비행에 지쳐 누구보다 단단한 부리를 갖고 있던 스레니크론의 날개에서 깃털이 모두 빠졌다.
그 깃털은 약탈자 로스올이 가져가 자신의 꼬리에 붙였다. 그래서 로스올은 그 풍성한 꼬리를 가지고도 스레니콘이 두려워 밤의 동굴에 숨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너무 높이 올라간 자들의 깃털을 뚫고 칼날보다 날카로운 얼음이 날개를 상하게 하였다. 날개가 얼어 떨어진 자들이 속출하였는데 붉은다리 알케도-프렉세스는 두 날개가 어깨에서 동시에 뜯겨 바다로 추락하였다.
알케도-프렉세스는 바다 한가운데 떠다니는 작은 바위섬에 머리를 부딪혀 기절하였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 섬에 가면 알케도-프렉세스의 머리자국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시스-프레이를 돕기는 커녕 그가 있는 곳으로 갈 수조차 없자, 루프송이 슬피 울며 노래를 불렀다. 모든 이가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며 구름 너머로 보이는 검은 조각을 바라보았다.
그들 앞에서 갑자기 하늘이 크게 일렁였다. 조각은 어디론가 빨려가듯 사라졌다. 보라색 비는 곧 멈추었으나 이시스-프레이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도 테이베르스의 백성들은 이시스-프레이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가장 높이 날던 그의 모습이 다시 황금바다 위에 수놓아진다면 슬픔에 가득 찬 세상은 예전처럼 행복의 노래로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