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북
청색의 수호자
녹색의 수호자 가웬 : 비탈라. 고집은 그만 부리세요.
수련자 비탈라 : ……
가웬 : 용족이 바깥에 나가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잘 알잖아요?
제국군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당신도 수용소로 잡혀갈 거예요.
비탈라 :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대전이가 일어난 이후 요정들의 마법진의 소멸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겁니다.
가웬 : 용족이 할 수 있는 일? 분명 많죠. 하지만 우리가 왜 자신을 희생하며 가시밭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죠?
용족의 수호자 아드리나 : …긴 세월을 아라드에 살면서 남은 건 상처뿐이오. 어린 것들은 잡혀서 애완동물 취급이나 받고, 실험 재료라며 뿔을 뜯겨 죽어버린 자도 한둘이 아니라오.
아드리나 : 제국이 주도했다지만 돌이켜 보시오. 제국만 우리를 핍박한 것이 아니오. 그들에게 협력한 자들이 숱하게 넘쳐나오. 바깥은 우리에게 사지나 다름없소.
비탈라 : 물론 무섭고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국의 천박한 실험에 도움이 되려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저를 위해 요정의 마법진을 지켜내고자 합니다.
비탈라 : 저는 한 때 이 아라드를 미워했습니다. 수가 적은 종족이기에 받아야했던 차별과 경멸… 그 무자비한 시선 앞에서 제 개인의 인격과 생각은 먼지일 뿐이었지요.
비탈라 : 하지만 요정들이 목숨을 걸고 마법진을 만들어 아라드를 지켜내고자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감동했습니다. 타인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 말로는 쉬운 일입니다만 이 얼마나 용기 있고 고결한 행동입니까.
비탈라 : 저는 그들 앞에서 비겁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가웬 : 더 이상 말려봤자 소용없겠군요.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당신이 나가면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주하겠어요.
아드리나 : …비탈라. 그대가 수호자의 위치에 매달린 것은 마법진을 지키기 위해서였소?
비탈라 :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만… 제 생각도 많이 바뀐 것이겠지요.
아드리나 : 그대는 어릴 때부터 고집이 셌었지. 걱정도 되었지만 착한 심성과 현명함이 뒷받침되었기에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소.
비탈라 : 모자란 저를 가르쳐 주신 스승님 덕분이지요.
아드리나 : 하하. 그대 앞에서는 스승이라고 잘난 체 할 수도 없겠소만… 고맙게 받아들이겠소.
아드리나 : 비탈라. 아라드를 위해 요정이 남긴 마법진을 관리해야 한다는 그대의 판단은 옳다고 보오.
아마 이 아라드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자는 용족의 수호자밖에 없을 거요.
아드리나 : 다만 우리는 용기가 없어서 그대와 함께 하지 못하오.
지독히도 괴로운 나날을 보내 왔으니까…
아드리나 : 이 비겁한 스승은 이곳에서 그저 그대의 안전을 기원하겠소, 그대를 나의 유일한 자랑으로 삼으면서.
비탈라 : 고맙습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언제나 되새기며 수호자로서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드리나 : 짐까지 다 챙긴 걸 보니 바로 떠날 모양이군.
하지만 가기 전에 아직 수호자의 칭호를 받지 못하지 않았소?
비탈라 : 네… 아무래도 바깥으로 나가겠다는 제 결정 때문에 받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아드리나 : 그럴 순 없지. 우리 용족의 수호자가 아라드를 지키겠다는데 이름도 받지 못하고 가게 할 수는 없지.
아드리나 : 제대로 된 수여식은 못해주지만 이 로브를 가지고 가시오. 언제고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서 미리 준비해 두었소.
아드리나 : 그대에게 내리는 색은 '청색'. 이름은 '청색의 수호자 비탈라'. 앞으로는 이렇게 불릴 것이오.
아드리나 : 푸른 하늘처럼 모두에게 희망이 되고, 푸른 바다처럼 모두를 포용하는 수호자가 되어주시오.
비탈라 : 네. 물론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드리나 : 비탈라. 그대의 앞길에 용왕의 용기와 네메르의 지혜가 언제고 함께 하기를